AI 삽질 얘기를 할 데가 없어서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타임라인에는 성공 사례만 올라옵니다. 프롬프트 한 장으로 하루 걸리던 일을 십 분에 끝냈다는 글, 에이전트가 저장소를 훑고 PR을 열었다는 스레드. 대부분 사실일 겁니다.
그런데 책상 앞에서 보내는 시간의 절반은 그런 모양이 아닙니다. 같은 프롬프트를 스무 번 고치고, 어제까지 잘 되던 게 모델 버전이 올라가면서 조용히 달라지고, 에이전트가 확신에 찬 말투로 엉뚱한 파일을 고쳐놓습니다. 요금 청구서를 보고 이번 달에 대체 뭘 돌렸는지 거꾸로 되짚기도 합니다.
이 절반은 어디에도 안 남습니다. 블로그에 쓰면 실패담이 되고, 회사에서 꺼내면 "그러니까 아직 이르다"는 근거로 쓰입니다. 그래서 각자 혼자 겪고 혼자 잊습니다. 옆 팀이 지난달 똑같은 데서 사흘을 태웠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만들었습니다
만들려는 건 하나입니다. 준비 없이 와서, 최근에 뭘 시도했고 어디서 막혔는지 순서 없이 떠들 수 있는 자리.
AI Talk Salon이라는 이름에서 중요한 쪽은 AI가 아니라 talk입니다. 기술 얘기는 어차피 나옵니다. 그것보다 그 기술을 쓰다가 생긴 감정이 알고 싶어서 만들었습니다. 그건 검색해도 안 나옵니다.
이 모임이 아닌 것
아래 형태들이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 필요하고, 잘하는 곳도 많습니다. 다만 이 모임은 그게 아닙니다.
- 스터디가 아닙니다. 커리큘럼도 진도도 없습니다. 읽어올 논문이 숙제로 걸리면, 바쁜 주에는 안 오게 됩니다. 바쁜 주에 겪은 일이 제일 생생한데요.
- 영업 자리가 아닙니다. 특정 도구나 강의를 파는 얘기는 사절입니다. 써보고 별로였다는 말이 자유롭게 나와야 하니까요.
나누고 싶은 건 희노애락입니다
- 희 — 프롬프트에서 한 줄을 지웠더니 갑자기 되기 시작한 순간. 왜 되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 노 — 어제까지 되던 게 오늘 안 됩니다. 내 코드는 안 건드렸습니다.
- 애 — 주말에 만든 내부 도구를 아무도 안 씁니다. 잘 돌아갑니다.
- 락 — 손으로 사흘 걸릴 일이 저녁 한 번에 끝나고, 결과가 맞습니다. 그날은 누가 안 물어봐도 자랑하고 싶습니다.
정답을 가져오지 않아도 됩니다. 결론이 안 나는 얘기가 이 모임의 기본형입니다.
발표하고 싶으면 하세요
자랑할 게 생겼는데 지나가듯 한마디로는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미리 알려주세요. 공지하고 그날 시간을 따로 잡습니다. 자료를 만들어 와도 되고, 화면 하나 띄워놓고 떠들어도 됩니다.
다만 발표할 사람을 매주 구하지는 않습니다. 준비된 사람만 말하는 자리가 되면 준비 안 된 얘기가 사라지는데, 사라지는 쪽이 대체로 더 도움이 됩니다. 발표가 없는 주에도 모임은 그대로 열립니다.
명함은 돌려도 됩니다
얘기가 맞으면 다음에 따로 만나게 되는 건 자연스럽습니다. 명함을 돌리든 연락처를 주고받든 말리지 않습니다.
반대로 소속도, 이름도, 나이도 밝히지 않아도 됩니다. 닉네임 하나로 와서 겪은 일만 얘기하고 가도 됩니다. 막힌 얘기는 소속이 붙는 순간 꺼내기 어려워지니까요.
수다에도 최소한의 선은 있습니다
- 자랑도 환영입니다. 다만 숫자나 화면을 같이 가져오면 좋습니다. "엄청 좋아졌어요"는 다음 사람이 따라 할 수가 없습니다.
- 답을 못 주는 게 실례가 아닙니다. 여기서 가장 자주 나오는 대답은 "저도 그거 막혔어요"입니다.
- 사내 기밀과 계약 조건은 각자 책임입니다. 회사 이름과 고객 이름을 빼도 얘기는 대체로 성립합니다.
- 오간 얘기 중 다시 찾아볼 만한 링크와 글은 이 아카이브에 남깁니다. 말로만 끝나면 다음 달에 아무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오시려면
격주 수요일 저녁에 만납니다. 오프라인이 기본이고 온라인으로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공지와 모집은 당근 모임에서 합니다.
합류 문의는 hello@aitalksaron.com으로 주시거나 이용 안내의 합류 문의를 봐주세요.
발표 준비는 없어도 됩니다. 지난주에 삽질한 게 있으면 그걸 가져오시면 됩니다.
잘 된 얘기는 넘치는데, 실제로 겪는 절반은 아무 데도 남지 않습니다.